중견기업에서 외국계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기
2년 반.
중견기업에서 외국계 IT기업으로 다시 한 번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당장의 인터뷰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은 왜 글로벌 기업인지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들이 결국에 또다른 도약의 발판임을 깨닫습니다.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면 또다시 글을 남기기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잠깐의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지금.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의 여정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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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국내 대기업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중견기업은 모두가 이름을 말하면 아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평소에 손꼽아 말하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탑티어 대기업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기존 기업에 대한 한계도 보였습니다.
일한지 2년 정도 되어갈 때쯤,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비즈니스 모델이 시대 변화와 함께 한계를 마주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제 생각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또 다른 성장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바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의 보는 눈과 기준이 있었고, 제가 기대하는 대단한 성장 커브를 앞으로도 회사가 그릴 수 있을지. 어쩌면 더이상 그러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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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한번 자리를 옮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간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를 중심으로 수치적인 결과를 정리하고, 당시 어떤 생각으로 그 업무에 착수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보통의 경우를 벗어나는 예외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정리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는 업무 분야를 넘나들며 일했던 방식이, 수백명이 되는 조직에서는 더욱 전문성 있게 갖춰질 줄 알았지만, 사실상 별 차이 없었습니다..
별에 별일을 다했습니다.
회의감이 올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나중에 느끼는게 있겠지'하며 마음을 다잡고 제가 해볼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업무가 마케팅, 영업, PM 전반에 또다시 걸치다보니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할 때와 똑같은 고민이 일어났습니다.
'나 뭘로 지원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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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 했습니다.
제가 저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보다 밖에서, 사회에서 제가 어떤 업무를 해왔고 더 잘해왔는지 바라봐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정받는 그 부분이 제 가치를 가장 빛나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력서,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까지 다 준비하며 마케팅, PM, 영업순으로 모두 지원해봤습니다.
지원하고나서 각각의 경우가 어디까지 통과하는지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과 PM에서는 영업으로 지원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통과확률이나 그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운좋게 서류를 통과한 경우라도 면접에서 저스스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스페셜리스트로서 각 업무에 대해 파고드는 질문들에 대해 제 준비가 부족했을 것도 당연하고, 또 동시에 제가 그 질문들에 답할만큼 평소 깊게 고민하지도 않았으며, 해당 부분들에 대해 실제로 만들어낸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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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직을 결심하고 준비한지 6개월정도가 되어 갈 쯤 방향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동안의 경험들 속에서 영업적으로 성과들을 만들어왔고, 이에 대해 외부에서 인정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지원한 기업들 유형도 어느정도 머릿속에 윤곽이 잡혔습니다.
저는 상품성에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가고 싶었습니다.
지원한 회사들 속에는 국내기업, 외국계기업이 있었고, 제 경험은 외국계 기업들에서 더욱 흥미있게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국내기업들은 아무래도 동종 경쟁사의 비슷한 업무를 필요한 연차에 수행한 후보자를 찾는 것 같아보였습니다.
제가 면접관이라도 비슷한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업계와 상품을 바꾸고 싶은건 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인터뷰과정을 통해 제가 더 평가받아볼 수 있는 외국계를 위주로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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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와 외국계기업의 차이는 아무래도 인터뷰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국내기업은 화상/대면 인터뷰로 보통 3-4차례 진행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전화/화상/대면으로 5-7차례 진행되었습니다. (당연히 영어 인터뷰도 꽤 있습니다.)
인터뷰 과정이 많은만큼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과 만나게 되고, 다양한 질문이 오가며, 그동안 겪어왔던 국내기업 면접보다 더 깊은 대담이 오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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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9-10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지난 이직도 굉장히 괴로운 순간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은 더욱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에는 더 좋은 결과, 훨씬 좋은 기회를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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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직장이란 그 자체는 어디를 가나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만들어내고 싶은가.
그게 결정적인 '내가 일하고자 하는 것'의 방향과 이를 위한 과정을 결정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성과를 내고,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수천번 되내인 생각입니다.
또다른 도전을 하며, 때로는 너무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 비슷한 누군가의 무언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제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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