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주관적인 스타트업 경험 지식 - 02.초기 스타트업에서 함께할 사람의 중요성
에어비앤비의 설립 초기 첫 직원 채용과 관련된 일화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세 명의 창업자가 거의 6개월에 걸쳐 수천명의 서류를 검토하고 수백명을 인터뷰한 후 1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했다고 하지요..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결론은..
네, 그렇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왜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팀이 나아갈 문화를 형성하는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조건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문화가 조직이 나아가는 걸음걸음을 은연 중에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걸음은 극소수의 성공과 대다수의 실패를 결정짓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장 잊기 쉬운 부분입니다.
저 역시 나중라에도 잊지 않게, 제 경험을 남겨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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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조금 안되는 팀에서 직원A와 직원B가 있습니다.
A는 창립 직후 합류하였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매우 크고 열정도 강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대표와 구성원들의 피드백에서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담당직무에서의 요구사항에 비해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일을 할 때 매우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는 듯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 그 때의 일, 업무를 꼼꼼하지 처리하지 않는게 해가 바뀌어도 이어집니다.
B는 회사 설립 1년이 거의 지난 시점에 합류한 직장경력이 시니어급 직원입니다. 담당 업무에 있어 끈기도 있고, 새롭게 접하는 것도 스스로 배워서 처리해내는 기본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사교성이 많이 부족하고 구성원들을 감정적으로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필요한 일을 해야하는 순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업무를 하기 위한 스스로가 정의한 '기초'수준에 맞도록 해올 것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일과 방향을 정하고 제안하는 경우는 없으나 다른 사람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만 먼저 개진합니다.
제가 속해있던 팀의 기본적인 모토는 각자의 개성을 모두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A와 B도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되었죠.
시간이 갈수록 조직에 아픈 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A는 일찍 합류한 만큼 더욱 높은 자리로써 인정받고자 하는 잠재적인 욕구가 있었고, 이 점은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무시하고 회의적인 부분만 그가 캐치하고 표출하도록 만들었죠.
문제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모토 아래 리더가 상당히 정에 이끌려 마냥 내버려두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적 친분 때문에 A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그를 어루만지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죠. 동시에 A의 업무에서는 요구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여 업무가 회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요.
B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견에 대해 부정으로 시작하는 그의 태도는 조직원들의 의견 개진을 저해하고,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생겼을 때, 시간적, 감정적 소모를 굉장히 많이 발생시켰습니다.
무언가를 하자고 했을때, 왜, 어떻게, 무엇을, 어디까지에 대해 하루 이상에 걸쳐 다 설득해야했으니까요.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지만, 10명이 조금 안되는 조직에서 B를 제외한 모든 조직원이 다 이해하고 동의했음에도 B만 그렇지 않고 완강하게 자신의 관점만 관철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아마 그가 조직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A와 B가 함께한 초기 몇년으로 인해 조직의 분위기가 상당히 아쉽게 형성되었습니다.
감정적으로 관계가 상해 회복되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
완료되었다고 하는 태스크가 진짜로 믿을 수 있는지, 정말 다음업무를 추진해도 그 이전 단계에 허점이 없는지 의심하는 분위기
말로써 의견을 나누고 빠르게 적용하지 못하고 모두 서류화해서 딱딱한 업무공유, 보고를 통해 일이 추진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스타트업으로서의 빠른 업무추진이라는 장점을 모두 잃어버리고, 조직원들 사이 회의적인 기류도 형성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진보다는 업무를 위한 업무를 하게 되는 문화.
그 누구도 단 한번도 바라지 않았으나, 가장 무서운 그 부정적 문화가 조직 내 자리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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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찰떡궁합으로 맞을 수는 절대 없고, 결코 A와 B만이 조직 문화를 만든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사람이고, A와 B가 만들어낸 것과 같은 부정적 포인트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다보면, 결국 비슷한 성향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새로운 한, 두사람이 온다고 조직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 기존의 분위기에 익숙해져가는 형태가 그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코 A와 B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일부 동조자였을 것이고, 이를 빠르게 정리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과 비용,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보다 저는 역시나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초기일수록 한 사람 한사람을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하게 되는 사람과 같이, 다음에 오는 사람들도 동기부여되고 진정으로 함께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조직 성공의 핵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 한 사람, 한 사람 손이 아쉽다고 적당한 수준의 누군가와 함께하기보단, 정말로 함께 해야만 하는 사람을 찾아 함께 해야합니다.
그 순간까지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초기 스피디한 사업 추진과 진득한 인재 찾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회사가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_^
답글삭제인사가 만사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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