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이직하기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네, 그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견기업으로 이직하기.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했으니까요.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요.


제가 아주 뛰어난 역량이나 돋보이는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분히 잘 정리하고 준비해서, 면접 때 면접관과 이야기나눌 수 있으면.

그러면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안고 있었던 고민을 비슷하게 안고 계신분이 있으시다면,
제 경험이 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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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해 이직을 확정하고 옮기기까지 딱 1년이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이직할 마음을 정하고 시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야심만만하게 뛰어든 스타트업 커리어였고,
함께 한 사람들과, 애정을 쏟아 만들어낸 제품, 이루어낸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다른 한 스타트업 대표님의 먼저 만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그 만남을 수락하기까지 거의 일주일 간 고민했습니다.

당시 '지금있는 스타트업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너 스스로의 가치가 외부에서는 어느정도 평가받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스타트업을 먼저 경험한 친구의 든든한 조언이 큰 힘이 되었죠.

첫 인터뷰는 상당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제게 기대를 가지고 만나자고 했던 그 대표님의 시간을 한시간 가까이 뺏아가며, 제가 인터뷰어처럼 질문을 엄청했었죠..
준비한 것들에 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질문을 많이 하는게 맞을 줄 알았습니다...당시에는..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 면접까지 참석하고 있었던 입장이었는데, 오히려 면접을 받는 사람이 되니까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저의 이직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가치를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고, 제 커리어를 평소에 정리하게 되었고, 속한 스타트업에서의 생활은 저의 기준과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몇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 지금 만든 제품을 내가 사랑할 수 있는가
-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다음 단계에 기대할 수 있는가
- 가족, 결혼, 만족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도전이 지금 가능한 순간에 있는가
- 나의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 속에 있는가
- 나의 성과는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는가
-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가
- 미래에 내 꿈을 가기 위한 길에 있는가

등등..

시간은 흐르고, 제품도 전보다 더 발전하고, 제가 쏟은 헌신도 늘어나고, 그 성취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저의 기준에는 위배되는 결론에 도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만든 제품을 애정하고 매일 보기에 힘들었고, 
매번 들려오는 고객들의 성토..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제품 자체가 워낙 열악했기에 그 모든 성토를 냉정하게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지쳐가는 동료들.
매일의 야근과 지나친 대표님의 요구, 전혀 개선되지 않는 연봉 등의 현실에서의 열악한 환경..

도저히 더이상 반복할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년간 상황은 똑같더라고요.
아마 이직에 대한 눈이 트며 상황도 더욱 잘 보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하나 정리하고,
가고 싶은 업계와 직군에 대해 정리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커리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분야를 수행하기 때문에 지원해볼 수 있는 분야가 많아보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직군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담당한 업무와 실제 누가보아도 인정할 만한 성과를 중심으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사, 행정 업무도 많이 했지만, 막상 커리어를 정리하고나니 다른 사람을 설득할 만한 성과가 전혀 없더라고요.
저 역시 해당 분야는 크게 관심이 없어, 이직 희망군에서 완전히 지웠습니다.


제품을 한국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는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는데 큰 역할을 한 성과가 있었고,
대외적으로 홍보해서 모객하는 행위와 일부 그 성과가 있었습니다.

정부차원의 사업을 기획해서 유치하였고, 대기업 협력 사업을 기획하고 성사시키고, 회사 로드맵 설정에서 역할하였고..

이런 방식으로 그동안 매진한 업무와 성과를 적으니 어느 분야로 제가 강점이 있는지 명확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업기획 직군과 마케팅 직군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정리하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제품기획, PM 직군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내는데 공수가 많이 들어 모두 정리하지 못할 것 같아 과감히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언론에도 많이 나오는 IT 대기업, 유니콘 스타트업 등을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원티드를 주로 이용하다가 나중엔 사람인, 잡코리아를 이용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원티드보다는 사람인, 잡코리아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 뽑을때도, 이직하려고 할때도..)


이번 여름 이직할 때까지 대략 10군데 정도 지원한 것 같습니다.
서류에서 떨어진 곳도 일부 있었고, 면접에서 떨어진 곳도 있었고...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좋은 기회들이 다가왔고, 그 중 하나에 운이 잘 맞아서 이직하게 되었거든요.

스타트업에 있을 때, 맡은 일에 정말 개인적인 애정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 것. 성과로 만들어낸 것.
없는 일도 찾아서 만들어 이리저리 해낸 것.

그런 것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고 뒤에 숨었다면 어디에서도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없겠죠 그런다면.



이직을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났습니다.

꽤 규모있는 중견기업이다보니, 스타트업에 있을땐 상상하지도 못한 생활에
사실, 너무 행복합니다.


저와 비슷한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꼭 공유해드리고 싶은 것을 꼽을 때는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왔고, 지금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정말로 다 잘될 겁니다.



*혹시나 제 이야기가 더 필요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어떻게든 알려주세요. 가능한 부분은 더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1. 경험자만이 쓸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한 마음이 멋지네요. 규모가 어떤 회사에 있든 “좋은 기여”를 하실 분 같습니다. -se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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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 감사합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제 경험들을 많이 남겨보겠습니다. 가끔, 문뜩 필요하셔서 생각날 때 언제든 편히 또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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