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Combinator(YC) 란?
실리콘밸리에서 YC는 단순한 투자회사를 넘어 ‘스타트업 성공의 보증수표’로 불린다.
4000여명에 이르는 끈끈한 YC 출신 졸업생(alumni) 네트워크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다방면으로 성공을 돕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YC의 투자를 받는 건 황금 티켓(Golden Ticket)을 얻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YC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른 벤처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YC 투자 직후 이 스타트업들은 평균 16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YC는 2005년 액셀러레이터라는 유형의 벤처 투자 회사를 처음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 소액을 투자하고 팀 구성, 전략, 마케팅, 재무, 법률 등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투자회사를 말한다. YC는 기수 형식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약 300여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고(지분 7%를 인수) 3개월동안 집중 지원하는데, 한 기수 당 평균 1만 여개 팀이 도전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YC의 성공 이후 500 스타트업(500 Startups), 테크스타스(Techstars) 등이 등장하며 액셀러레이터 형태의 벤처 투자회사가 보편화됐다.
[ YC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페블 창업자·야후 CPO 인터뷰 내용 요약 ]
에릭 "현재 YC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고 그 전엔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페블(Pebble Technology)을 창업해 경영했다. 2011년에 YC 프로그램을 거쳤고, 캐나다 출신이다."
팀 "YC 파트너로 합류한지 3년 정도됐다. YC 합류 직전 ‘이매진 K12’라는 교육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창업해 6년 정도 운영했다. 그 전엔 야후에서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일했다."
◇ YC 파트너 합류 배경은?
에릭 "1년 전에 합류했다. 페블을 핏비트(Fitbit)에 매각한 후였다. YC는 페블에 투자한 투자자 중 최고였다. 첫번째 투자자이기도 했다. YC가 네트워크, 경영 조언 등을 통해 페블에 수 년간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YC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이벨(Michael Seibel)이 파트너 제안을 해서 좋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좋았다."
팀 "내가 이매진 K12에 있을 때만해도 YC는 에듀테크(EduTech,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 YC가 교육 스타트업을 어떻게 도와야 할 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최근 에듀테크가 점점 주류로 떠올랐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원하는 상황이 됐다. YC는 이매진 K12보다 훨씬 큰 플랫폼이고, 교육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YC의 일부가 되는 편이 더 좋기 때문에 YC에 합류했다."
◇ 창업 생태계에서 액셀러레이터 역할은?
에릭 "YC 설립 전엔 초기(early stage)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지원하는 회사가 없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벤처 투자회사(VC)의 투자를 받기도 전에 망하는 회사가 많았다. YC의 등장 이후 비슷한 액셀러레이터가 많아졌고 창업 생태계가 더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YC는 지금까지 19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한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돈, 경험, 네트워크, 전략 등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돕고 있다. 미미박스처럼 직원이 많은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도 계속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 네 가지 투자 원칙…이해도·팀·모방 불가·확장성
에릭 "YC는 인터넷을 통해 지원을 받는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모든 지원서를 다 읽는다. 크게 네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첫 번째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대로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팀이다. 어떤 사람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는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지, 서로 신뢰하는지 등을 본다. 세 번째는 모방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느냐를 따진다.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본다."
팀 "세 번째 요건과 관련해 조금 덧붙이자면,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도 묻는다. 왜 지금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몇 년 전에 불가능했던 것이 상황이 바뀌어 지금 가능해졌는지 등을 살핀다고 보면 된다."
◇ 경쟁률을 보면 YC 합류가 쉽지 않아보이는데
에릭 "많은 사람들이 YC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YC 졸업생들의 성공 사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정도로 훌륭해야 YC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심사 단계에서 성장 목표, 매출 목표 등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팀 "사람들은 YC 졸업생들이 성공한 후의 이야기만 접하게 되지만 에어비앤비도 처음 시작할 땐 지금의 에어비앤비가 아니었다. 드롭박스도 마찬가지다. 모든 성공한 기업엔 소박한(humble) 과거가 있다."
에릭 "YC에 들어가려면 소비재 회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YC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분야 스타트업에도 많이 투자했다. ‘부스티드 보드(Boosted Board)’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도 있고, ‘크루즈(Cruise Automation)’ 같은 자율주행차 회사도 있다. ‘붐(Boom Technology)’ 같은 우주·음속 항공 분야 스타트업도 있다. 인공 위성 회사, 원자력 회사까지 있다. 모든 분야에 다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 바이오 스타트업에 관심…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떠오르는 창업 트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에릭 "블록체인,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관련 투자도 많아진 것 같다. YC는 트렌드 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코인베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데, YC가 이 회사를 발굴해 투자한 게 2012년이었다. YC는 요즘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를 많이 보고 있다. 머신 러닝 회사에도 많이 투자했다. YC 멤버인 ‘아톰와이즈(Atomwise)’ 같은 회사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두 가지를 다 하는 회사다."
팀 "유전체학(genomics)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DNA 염기 서열 구하는 비용이 저렴해졌다. 컴퓨팅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 "먼저 뛰어든 사람이 보상 받아"…대세 따르지 말고 도전하라
에릭 "미국은 경력 변화를 관대하게 받아주는 문화가 있다. 과거에 실패를 했다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좋은 경험이라고 본다.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많아지길 기대한다."
팀 "25년 전 일본에서 잠시 살았던 적 있다. 당시 일본엔 창업가가 없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 회사에서 일해야한다는 압력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다. 훌륭한 창업가가 많고 창업 에너지가 있더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다녔던 1995년을 돌아보면 당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 업체에 가고 싶어했다. 창업하겠다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변화는 가능하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가면 좋겠다."
에릭 "첫 번째로 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게 마련이다(first one is the one get paid). 팀은 20년 전 스타트업에 합류해 야후 1번 사원이 됐다."
◇ 성공하는 창업가의 특징 하나는?
에릭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 "YC를 설립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당신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그만 두거나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You have two options. You can either quit or get rich)."
"또 한가지 재밌는 건 대세에 따르지 않고(against the grain)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좋은 창업가가 되더라. 많은 사람이 "이건 미친 생각이야"라고 비웃더라도."